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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그린 에너지/태양 에너지

주목받는 '패시브하우스'…한달 전기료 880원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지난해 8월 대구광역시 동구 내곡동 일대에서 전기 사용량을 검침하는 김모씨는 한 2층 주택의 계량기 지침을 보고 고장이 났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7월에 설치한 계량기의 지침(숫자)이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주택은 지열과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자체 생산해 사용하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다.

에너지제로 하우스

↑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설계하고 한보엔지니어링이 자재공급 및 시공한 '에너지 제로 시범주택' 전경
최근 '땅콩주택', '땅콩밭'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5억원 이하의 단독주택이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주목받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란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한편 태양광·지열 발전을 이용해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주택을 말한다.

패시브 하우스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약 3년이 지났지만, 시공비가 일반적인 단독주택과 비교해 두배가 넘었기 때문에 그동안 상품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내외 단열자재 및 에너지 발전 장비 가격이 낮아지고 정부의 보조금 혜택도 높아지면서 시공비용의 차이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삼성물산·대림산업·코오롱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 패시브 하우스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테스트하우스를 짓고 본격적으로 연구에 뛰어들었다.

◆ 1년간 매달 전기료 880원
대구광역시 동구 내곡동 159-1. 지난해 7월 준공됐고, 연면적 228㎡(약 70평)의 2층인 이 단독주택은 준공 후 현재까지 2명이 살고 있지만, 전기료는 매달 880원~900원(기본료)이 청구됐다. 순수 지열과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로 생활했기 때문이다. 난방도 전기보일러를 사용했다.

이 주택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건축기술연구원과 한보엔지니어링이 주택용으로 만든 '에너지 제로 시범주택'이다. 다른 주택건설업체들이 연구용으로 지어놓은 견본주택은 많지만 실제 사람이 살면서 에너지 절감형이 아닌 '제로'에 도전해 데이터를 얻은 첫 주택이다.

이 주택을 짓는 데 들어간 자재를 공급하고 시공을 맡은 한보엔지니어링의 김영락 건축가는 "2명이 실제 입주해 살았고 태양광·지열 에너지가 부족하면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기가 자동으로 공급되도록 했지만, (전기료가 추가로 나올 만큼)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단독주택보다 전기료가 덜 나오는 아파트도 전기료만 4~5만원, 가스비는 8~10만원 정도 나올 텐데 패시브 하우스는 이런 비용을 영구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땅콩주택, '에너지 제로형'으로 지어도 시공비 같습니다"
"일반적인 단독주택 시공비가 3.3㎡당 400만~500만원 정도인데, '에너지 제로 하우스' 시공비도 이 수준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요즘 땅콩주택이 인기라는데 전기료가 전혀 안 나오는 에너지 제로형 주택으로 지어도 그 정도 가격과 수준의 집을 짓는 데는 문제없습니다."

지난 2008년 패시브 하우스 개념이 처음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는 전기·가스비를 줄일 수 있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열과 태양광 발전 시설 및 단열재의 가격이 높아 일반 단독 주택 시공비보다 많게는 2배 이상 비쌌던 것이 큰 약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값비싼 독일제 단열재를 수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내업체의 단열자재 성능이 좋아졌고 값비싼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비용도 정부의 보조금 혜택이 있어 수요자의 부담을 줄였다.

한보엔지니어링의 최남훈 과장은 "한보의 경우 단열재와 벽체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고기밀성 단열 패널인 HIP(High Insulated Panel)를 자체 개발해 비싼 해외 단열자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타 업체들도 자재 및 공법상의 신기술을 통해 시공비를 줄이고 있다"며 "현재는 수요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땅콩주택을 비롯한 일반적인 단독주택 시공비만 가지고도 에너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비용도 정부의 지원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선정한 태양광발전설비 기업에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를 신청하면 비용의 5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매달 4만~6만원 정도 전기료를 납부하고 있는 가구라면 하루 3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를 설치하면 된다"며 "비용은 1600만원 초반대이며, 이중 절반은 보조금 혜택이 있기 때문에 800만원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 삼성·대림 등 대형건설사도 '제로'에 박차
단독주택 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도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연구·실험에 한창이다.

코오롱건설(003070)은 이미 7년 전부터 기술연구소를 만들고 'E+그린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건물 외장재 역할을 하면서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s) 시스템을 비롯해 자연환기 시스템, 외벽 단열 등의 패시브 하우스 적용 기술들을 개발 중이다.

대림산업(000210)도 2012년까지 '에코 3리터 하우스'라는 이름의 패시브 하우스를 내놓기 위해 힘쓰고 있다. '3리터 하우스'란 1㎡당 연간 3L의 연료만으로 냉난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주택을 말한다.

삼성물산(000830)건설부문도 '그린 투모로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부터 경기도 용인에 패시브 하우스 견본·연구주택을 만들고 건물 배치, 단열재, 벽체 및 창호 연구를 통해 에너지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윤용상 수석 연구원은 "대형건설사들은 차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에너지 절감형 모델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에 나서고 있다"며 "에너지 제로형 아파트의 탄생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